정우가 자신도 모르는 길선화의 상처를 본 그날. 그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쫓기듯이 정신을 잃었다. 그가 기억을 떠올렸기 때문일까? 그렇다면 지금 그의 혼란은 얼마못가 피폐로 이어질 것이 분명했다.
나는 그에게 찾아가기로 했다. 그래.. 다 말해주는 거야.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..나는 다시금 그를 찾아 지하실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.
‘!!’
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의 손이 나를 덮쳐왔다. 그와 동시에 균형을 잃은 몸은 그대로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.
“시발.. 죽은년이 뭐 그렇게 할 말이 많아."
"..ㅇ..이거 놔.."
깜빡거리는 전등 빛에 그의 얼굴이 비쳐보였다. 조정우다. 아니 그림자?
살의에 찬 그의 표정은 내가 죽던 그날의 것과 같았다. 나는 있는 힘껏 발버둥을 쳐봤지만 그럴수록 그는 내 목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실었다.
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...
죽일 듯이 나를 바라보는 그림자의 눈을 피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또 다른 정우의 모습이 보였다. 아직 해야 할 말이 더 남았는데.. 눈앞은 점점 흐려져 정우의 표정조차도 보이지 않았다.
나는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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